寓話와 神話/장자의 智慧 말없이 백성을 감동시키라 늘푸른 봄날처럼 2019. 3. 22. 16:09 지도자가 말이 많으면 사람들은 서로 의심하고 분열한다. 주 나라의 문 왕은 장이라는 곳에서 여상(강태공)이라는 사람이 곧은 낚시질을 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았다. 곧은 낚시질이란 낚싯밥을 꿰매어 물 속에 넣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낚싯대만 쥐고 앉아서 물 위만 바라보고 있는 낚시를 말한다. 문 왕은 여상이 비범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그에게 권력을 맡겨 국가를 통치하게 하고 싶었으니 대신들의 반대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그를 포기하자니 훌륭한 정치가를 잃는 것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문 왕은 대신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어젯밤 과인이 꿈에 얼굴빛이 검고 수염을 기른 한 현인이 얼룩말을 타고 나타나서 장이라는 시골에 사는 노인을 데려다가 국정을 맡기면 나라를 잘 다스릴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러자 대신들은 모두 돌아가신 선왕이 꿈에 나타나 점지해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문 왕의 아버지 계력은 살아 있을 때에 얼굴이 검고 수염이 많았으며 얼룩말을 즐겨 탔다. 그래서 문 왕은 꿈에 나타난 현자를 부왕의 모습에 빗대어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문왕은 대신들에게 그 꿈이 길몽인지 흉몽인지 점을 쳐 보도록 했다. 그러자 대신들이 말했다. “폐하, 그것은 선왕께서 꿈에 나타나셔서 예언을 해 준 것인데 점을 치다니요? 조금도 의심할 것이 없습니다. 어서 그자를 등용하여 국정을 맡겨 보십시오.” 그리하여 문 왕은 장에 사는 여상을 데려다가 국정을 맡겼다. 그러나 여상은 권력을 잡은 후로 법을 하나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두었으며 대신들에게 지시나 명령을 내리는 일도 없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나자 조정에서는 파당을 만들어 싸우던 사람들이 저절로 없어지고 서로 돕고 협력하는 일들이 많아졌으며, 각 관청의 공직자들은 자신이 공적을 쌓고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수고한 덕분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았고, 전쟁이 없어져서 군량미가 쌓였으며, 상인들은 두 마음을 갖고 의심하지 않아서 저울눈을 속이는 일이 없어지는 등 나라 안팎이 조용해지고 국력이 세졌다. 문 왕은 그 동안 그런 정치를 펼친 여상을 스승으로 삼아 예를 갖춘 후에 말했다. “이젠 주 나라뿐만 아니라 천하에 이런 정치를 펼쳐 보는 것이 어떻겠소?” 아침에 그 말은 들은 여상은 사직서를 내고 저녁이 되자 어디로 달아났는지 소식을 끊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공자의 제자들이 그 말을 듣고 문 왕이 덕이 모자란 것도 아닐 텐데 왜 꿈을 빙자해서 여상을 등용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공자가 말했다. “문왕을 비난할 것은 하나도 없다. 문왕은 이미 자신의 최선을 다한 것이다. 무위자연의 도를 터득한 여상이야말로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들에게 둘도 없는 귀감이 되었다. 지도자가 말이 많으면 분열을 조장하여 시시비비가 생기고, 공직자들은 자기 공을 내세워 잘 보이려고 할 것이며, 서로 의심하고 시기하여 전쟁이 날 수도 있다. 오직 말없이 백성을 이끌고 감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지도자의 최고 덕목이다.” 말없이 백성을 감동시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