寓話와 神話/그리스神話

Amphitryon and Alkmene / 암피트리온과 알크메네

늘푸른 봄날처럼 2019. 3. 10. 03:38

Amphitryon and Alkmene



암피트리온과 알크메네



    암피트리온과 알크메네
    페르세우스의 안드로메다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알카이오스는 
    아스티다메이아와 결혼하여 암피트리온과 아낙소를 낳았다. 
    페르세우스가 죽은 후 암피트리온의 숙부인 엘렉트리온은 
    미케네의 아르골리스 왕이 되었다. 
    암피트리온의 누이인 아낙소는 숙부인 엘렉트리온과 결혼하여 
    알크메네라는 딸을 낳았는데 어찌나 아름다웠는지 
    그녀를 보는 남정네들의 간장을 녹이곤 했다. 
    청년이 된 암피트리온 역시 세상 그 누구보다도 조카뻘 되는 
    알크메네와 결혼하고 싶어 했다.  
    엘렉트리온에게는 메스트로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엘렉트리온이 미케네 왕국을 물려받자 동생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 
    프테넬라오스가 다스리는 타포스 섬으로 떠났다. 
    프테넬라오스는 아버지로부터 황금 머리카락을 받아 머리에 심었는데 
    그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는 한 그는 죽지 않으며, 
    그의 도시는 함락되지 않도록 보증을 받는 신비의 머리카락이었다. 
    이 막강한 힘을 가진 프테렐라오스 왕은 메스트로의 딸 히포토에를 
    자신의 힘을 내세워 강제로 자기의 아내로 삼았다. 
    그렇게 하여 그녀와의 사이에서 6명의 아들을 낳았다. 
    아들들이 장성하여 어른이 되자 프테넬라오스는 은근히 미케네 왕국이 
    욕심이 났다. 미케네는 아내의 아버지인 메스트로가 절반을 차지할 권리가 
    있었던 왕국이라고 생각하고 아내가 물려받아야할 권리를 대신 찾기 위해 
    6명의 아들을 미케네로 보냈다. 
    그의 여섯 아들은 미케네 왕국으로 와서 엘렉트리온 왕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엘렉트리온은 동생의 외손자들이 왔다는 소식에 
    반가워하며 그들을 궁으로 불려들었다. 
    그러나 반가워하는 엘렉트리온과는 달리 프테렐라오스의 아들들은 
    정색하며 그에게 말했다
    “우리는 할아버지가 받기로 되어있는 
    미케네 왕국의 절반을 우리에게 내어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하는 바입니다.”
    이 말을 들은 미케네의 왕 엘렉트리온은 대노하여 이들을 물리치고, 
    그들을 추방하라고 명했다. 하지만 추방을 당한 이들은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미케네의 소들을 약탈하여 
    엘렉트리온의 아들들과 이들과의 싸움이 벌어졌다. 
    이 싸움으로 결국 엘렉트리온의 아들들은 모두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타포스 섬에서 온 메스트로의 손자들도 이 싸움으로 5명이 목숨을 잃었고, 
    단지 배를 지키고 있던 에우엘레스만 살아남았다. 
    에우엘레스는 싸움이 마무리 되고 혼자만이 남게 되자 
    소를 끌고 가서 엘리스의 왕 폴릭세노스에게 팔아버리고 말았다. 
    이 소식을 접한 엘렉트리온은 
    길길이 날뛰는 야생마처럼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 
    이제나 저제나 알크메네와의 결혼을 꿈꾸고 있던 암피트리온에게는 
    불행한 일이었다. 이번 일로 인해 그녀와의 결혼을 요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하루라도 빨리 결합하기를 원했던 암피트리온은 
    왕 앞으로 나아가 용감하게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요구했다.
    “왕이시여, 저는 알크메네 공주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시도 공주를 잊을 수가 없고 공주 또한 나를 좋아하고 있으니 
    저희의 결혼을 허락하여 주십시요”
    그러자 엘렉트리온은 암피트리온에게 엄숙하게 말했다.
    “나 또한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지금은 안 된다. 
    내 자식들이 타포스 놈들에게 죽임을 당했고, 많은 소를 빼앗겼으니, 
    이를 찾아오기 전까지는 허락할 수가 없다. 
    그러니 네가 나서서 소를 찾아오고 
    타포스 인들을 무찌르기 위해 원정을 떠나도록 하라. 
    그러면 그 결혼을 허락하겠다.”
    암피트리온은 우선 잃어버린 소를 찾으러 엘리스로 떠났다. 
    그는 다행히도 엘리스의 왕 폴릭세노스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소들을 되찾아 기쁜 마음으로 소를 데리고 미케네로 돌아왔다. 
    그가 많은 소떼를 이끌고 돌아오자 엘렉트리온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소떼를 마중 나왔다. 그런데 이 때 공교롭게도 소들 중 한 마리가 
    무리를 이탈하여 도망을 치고 있었다. 
    암피트리온은 급한 김에 그 소를 막기 위해 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를 던졌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가 던진 막대기에 마중 나오던 미케네의 왕 
    엘렉트리온이 정통으로 맞아 왕은 숨을 헐떡거리다가 숨을 거두고 말았다. 
    순식간에 살인자가 된 암피트리온은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엘렉트리온이 죽자 그의 동생 스테넬로스가 왕위에 올랐다. 
    스테넬로스는 왕위에 오르자 암피트리온이 고의로 살인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용서를 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암피트리온을 속히 이 나라를 떠나도록 
    추방 명령을 내렸다. 
    미케네에서 추방당한 암피트리온은 사랑하는 알크메네를 데리고 테베로 향했다. 
    그녀 또한 아버지가 없는 미케네, 
    형제들도 이제는 모두 죽고 없는 미케네에 머무른다는 것이 
    위험한 일이기도 했으므로 암피트리온을 기꺼이 따라 나섰다 
    그는 테베로 향하면서 알크메네를 수 없이 돌아보며 화심의 미소를 지었다. 
    비록 추방자의 신세이긴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무척이나 기분이 들떴다. 
    암피트리온은 테베에 가서 크레온 왕을 만나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자기 나라에 머물러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이제 정착할 곳이 생긴 그는 알크메네에게 품은 연정을 이루고 싶었다. 
    하지만 알크메네는 그가 다가가면 슬쩍 피하면서 그에게 응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녀가 암피트리온을 싫어하는 눈치도 아니었다. 
    그럴수록 암피트리온은 애가 타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알크메네는 암피트리온에게는 조카 뻘이 되므로 어려운 사이도 아니었지만 
    그녀는 그를 애타게 만들었다.
    “알크메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내가 싫은 거야. 
    나는 네 생각만 하면 미칠 지경이라고. 난 너를 너무 사랑해. 
    하지만 아무리 사랑한들 너와 함께 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냐고. 
    너도 나를 사랑하잖아. 그런데 이게 뭐야.” 
    그러자 알크메네는 조용한 목소리로, 한편 비장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나도 알아요. 하지만 이해해 줘요. 난 이제 혼자뿐이란 말예요. 
    아버지는 당신의 실수로 죽었다고는 하지만 , 
    우리 형제들의 원수가 타포스 섬에 버젓이 살아있는데, 
    그 원수를 갚기 까지는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형제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나만 웃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그 원수를 갚기 까지는 절대로 당신과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없어요.”
    그렇게까지 알크메네가 말하는 데야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암피트리온은 그녀의 아버지를 어쨌든 죽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으니 
    그녀의 말을 듣자 죄책감으로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그녀에게 정색하며 말했다.
    “알았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원수를 갚고 돌아와 
    너와 행복한 일생을 보낼 거야.”
    막상 큰소리를 쳤지만 암피트리온은 원수를 갚을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알크메네를 생각하면 그는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알크메네를 향한 그의 연정은 그를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한참을 고심한 그는 테베의 왕 크레온에게 도움을 청했다. 
    암피트리온이 도움을 청하자 그는 조건부로 원조할 것을 약속했다. 
    “내가 기꺼이 자네를 도와줄 것을 약속하지.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네. 
    아주 영악한 암 여우가 우리나라에 나타나 
    매달 한 명씩 젊은 남자를 잡아먹고 있네. 
    이 괘씸한 여우를 몰아내 주게. 
    그러면 내가 약속하지. 내 군대를 내어 주겠네.”
    


알크메네를 위하여 전쟁에 나서는 암피트리온
    
    암피트리온과 케팔로스 그리고 코마이토   
    암피트리온은 그 제의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 암 여우는 아주 민첩하여 세상의 어떤 사냥개도 
    따라갈 수가 없을 정도여서 이 여우를 몰아내는 일이 
    녹녹치 않음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어떻게든 사랑하는 알크메네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암페트리온은 어쩔 수 없이 그 제의를 승낙하고 말았다 
    하지만 막상 그 여우를 물리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전전긍긍하는 그에게 희소식이 있었다. 
    아테네의 케팔로스가 가진 개라면 능히 그 여우를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케팔로스는 이 개를 아르테미스로부터 선물로 받았는데 
    라이라푸스라는 이름을 가진 개로 세상에 그 무엇이든지 따라 잡을 수 있는 
    아주 용맹하고 빠른 사냥개였다.
    (※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 이야기 참조) 
    암피트리온은 만사를 제쳐놓고 케팔로스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케팔로스 님, 당신의 사냥개를 꼭 좀 빌려주십시오. 
    그러면 그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든 할 것입니다.”
    “내 사냥개를 빌려달란 말이지요. 하지만 그건 좀 곤란합니다. 
    이 사냥개는 나에게는 둘도 없는 아주 소중한 친구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빌려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케팔로스의 표정을 보니 도무지 그 사냥개를 빌려줄 것 같지가 않았다. 
    케팔로스는 외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었고, 그의 말대로 그 사냥개는 
    그의 유일한 친구와도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암피트리온으로서도 그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언제나 눈에 선한 알크메네를 얻을 수 있는 길은 라이아푸스를 빌려 
    영악하고 민첩한 그 암 여우를 물리치고, 
    군대를 지원받아 타포스를 정복하는 도리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케팔로스 님 한 번만 도와주십시요. 
    그러면 내가 기어이 타포스를 물리치고 
    그 곳에서 얻을 전리품의 절반을 틀림없이 나누어 주겠습니다.” 
    완강하게 거절하는 케팔로스를 간신히 설득하여 사냥개를 빌려 
    테베로 돌아온 암피트리온은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우 사냥을 시작했다. 
    여우와 사냥개의 쫓고 쫓기는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세상의 무엇이든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는 사냥개답게 
    라이라푸스는 아주 민첩하고 빠르게 여우를 향해 내달아 
    금방이라도 여우는 잡히고 말 것 같았다. 
    하지만 암 여우도 만만치 않아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갔다. 
    실상 이 암 여우는 헤라가 풀어 놓은 것으로 그 어떤 사냥개라도 
    잡을 수 없는 여우였으니 이 싸움은 끝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내이긴 했지만 은근히 헤라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제우스가 
    이 광경을 보게 되었다. 제우스는 암 여우와 사냥개의 
    끊임없는 추격전을 보고 있다가 그 사냥을 끝내주기로 했다. 
    한쪽은 무엇이든 다 잡을 수 있는 사냥개였고, 
    한쪽은 그 무엇에도 잡히지 않는 여우였으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제우스는 생각다 못해 이 둘을 돌로 변하게 만들어 버렸다. 
    결국 암피트리온은 자신의 과업을 이룰 수 있게 되었지만 
    케팔로스는 자신의 소중한 사냥개를 잃고 말았다. 
    암피트리온은 의기양양하게 테베의 왕 앞으로 나아가 당당하게 요청했다.
    “왕이시여, 나 암피트리온은 약속대로 암 여우를 퇴치했소이다. 
    그러니 내가 타포스를 물리칠 군사를 내어주시오.”
    그렇게 하여 암피트리온은 군사를 얻어 출병하게 되었다. 
    기왕에 그에게 기대를 걸었던 케팔로스도 이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고, 
    암피트리온의 숙부인 헬레이오스, 파노페우스, 로크리스 군대의 일부 등도 
    그의 우군으로 이 전쟁에 참여했다.
    원정군은 타포스 섬을 향해 함대를 진군시켰다. 
    타포스의 테렐라오스 왕은 포세이돈의 아들로 포세이돈에게 
    황금 머리카락을 받아 이 머리카락이 머리에 붙어있는 한은 
    그는 불사신이고, 그가 다스리는 나라는 멸망하지 않게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던 암피트리온은 
    그 성 앞에 진을 치고 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수차례 공격을 감행했지만 
    좀 체로 그 성을 함락시킬 수가 없었다.
    그런데 성루 높은 곳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보던 공주 코마이토가 
    암피트리온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녀가 본 암피트리온은 너무나 멋져 보였고 차라리 아름다워 보였다. 
    비록 적장이긴 하지만 코마이토는 암피트리온에 빠지고 말았다. 
    그녀는 이 싸움에서 암피트리온이 죽음을 당할까봐 전전긍긍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암피트리온의 사랑을 얻고 싶었고, 
    단 한번만이라도 그를 직접 만나 사랑의 고백을 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그를 죽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그러려면 아버지를 배신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고심하던 코마이토의 마음의 기울기는 암피트리온에게 기울었다. 
    그녀는 그를 위해서는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결심을 굳힌 그녀는 아버지가 잠든 사이에 아버지의 황금 머리카락을 뽑아서 
    몰래 성을 빠져나와 암피트리온의 진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진영을 지키는 병사 앞에 이르러 당당하게 외쳤다
    “난 이 성의 공주 코마이토라고 해요. 
    여기 대장님을 만나러 왔어요. 
    꼭 전할 말씀이 있으니 나를 안내해 주세요.” 
    소식을 접한 암피트리온은 일단 그녀를 만나보기로 했다. 
    “그래.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가 뭔가?”
    코마이토는 수줍어서 얼굴을 붉히더니, 
    잠시 후 용기를 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실은 낮에 망루에서 장군님을 내려다보았어요. 
    그리고는 그 순간부터 장군님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내 머리 속에는 온통 장군님 생각으로 꽉 차 있습니다 
    그것뿐이에요.”
    “아니 그렇다고 이 적진에 겁도 없이 왔단 말이냐? 
    필시 너는 이곳을 정탐하러 온 것이 틀림없으렷다. 
    여봐라, 이 년을 당장 잡아 족쳐서 자백을 받아내라.”
    그러자 코마이토는 급히 암피트리온 앞에 꿇어 엎드려 
    눈물을 펑펑 흘리며 말을 이었다.
    “잠깐만, 잠깐만요. 장군님. 왜 내 진심을 몰라주세요. 
    장군님이 아무리 공격을 해도 이 성은 무너지지 않아요. 
    우리 아버지의 머리에 있는 황금 머리털의 신비한 힘 때문에 
    이 성은 절대 함락되지 않아요 
    그래서 여기 내가 아버지를 죽게 만들면서까지 이 머리털을 뽑아왔어요. 
    그런 내 마음을 몰라주시다니요. 
    난 단지 장군님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는 생각 쭌입니다. 
    제발 내 사랑을 받아주세요.”
    그러나 암피트리온은 불같이 화를 내며 그녀에게 호통을 쳤다. 
    “이런 천하에 발칙하고 불효막심한 년! 
    인륜을 어긴 파렴치란 짓을 자랑스럽게 떠들다니
    내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니라. 
    당장 이년의 목을 쳐서 그 목을 그녀의 아버지에게 보내라.”
    결국 코마이토는 사랑도 이루지 못하고 
    아버지를 배신한 불효를 저지른 채 한만 남기고 죽고 말았다. 
    그 다음날 승리를 자신한 암피트리온은 성으로 쳐들어갔다. 
    이제 불사의 존재도 아니고, 신으로부터 약속받은 모든 특혜가 사라진 
    프테렐라오스는 제대로 힘 한번 쓰지 못하고 패배하고 
    딸이 저지른 일로 결국 보통의 인간처럼 죽음을 맞고 말았다. 
    암피트리온은 약속대로 
    자신을 도왔던 케팔로스에게는 케팔레니아를 주었고, 
    그 밖의 땅은 헬레이오스가 차지하도록 했다.
    그렇게 하여 암피트리온은 
    사랑하는 연인 알크메네의 원수를 보기 좋게 갚은 셈이 되었다. 
    그는 서둘러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이제 돌아가면 꿈에도 그리던 연인을 만난 그토록 열망했던 
    그녀와의 잠자리를 함께 하게 될 것이었다. 
    사랑하면서도 그녀에게 가까이 하지 못했던 아련했던 날들이 
    그의 뇌리 속을 스치며 지나갔다. 
    단숨에 라도 그는 연인에게 돌아가고 싶었다. 
    
    이 코마이토 공주의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아버지 니소스왕을 배반한 딸 스퀼라이야기와 내용이 같다
    이와 유사하거나 같운 내용이 많다는 것은 서양인들은 
    개인의 욕구가 규범을 초월하는 정서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적과의 사랑
    



낙소스섬에 버려진 아리아드네- Evelyn De Morgan
    그리스 신화에는 이 코마이토 공주와 같이 
    적을 사랑하여 조국과 부모를 배신하는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와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 
    콜키스의 공주 메데이아와 이올코스의 영웅 이아손 
    메가라의 공주 스킬레와 크레타의 왕 미노스 
    이 이야기들이 전부 적과의 사랑때문에 
    조국과 아버지를 배신하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아리아드네, 메데이아, 스킬레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사랑에 대해 중요한 진실 하나를 말해 준다. 
    그들이 모두 사랑에 실패한 것은 상대에게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사랑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행동은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은 무엇을 해주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아리아드네, 메데이아, 스킬레 등 
    세 사람의 러브 스토리를 예로 들어 독특한 사랑의 기술을 피력한다. 
    그에 의하면 그들이 상대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은 
    상대의 사랑을 얻기 위해 가장 필요한 
    속도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란다. 
    그들의 사랑은 한꺼번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을 대가로 요구하지 않는 사랑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고도 
    감당할 수 있고 그 후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도 
    그 사람을 계속 사랑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세속적인 사랑이 아니라 
    초월적인 사랑으로 넘어선 상태이다. 
    독일의 시인 릴케는 《말테의 수기》에서 
    엘레노라 두제나 베티나 폰 아르님처럼 
    자신을 버린 애인을 계속 사랑하여 
    이별의 고통을 숭고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여인들을 
    성녀로 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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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사랑,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
    보고만 있어도 좋은 사랑....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될때 쯤이면 
    이미 백발이 먼저 알고 지름길로 다가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