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경..../육도(六韜)

29. 병징(兵徵)

늘푸른 봄날처럼 2019. 3. 8. 04:31

29. 병징(兵徵) - 미리 조짐을 읽어라

 

 

무왕이 물었다.

 

나는 싸우기 전에 적의 강약과 승패의 징후를 미리 알고 싶소. 어찌해야 이것이 가능하오?”

 

여상이 대답했다.

 

승패의 징조는 먼저 군대의 정신 상태로 드러납니다. 밝은 장수는 이를 미리 살펴 압니다. 정신 상태는 사람의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적이 출입하고 진퇴하는 모습을 잘 살피고, 일거일동을 비롯해 말 속에 있는 조짐과 병사들이 서로 전하는 소식 등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무릇 전군이 만족하고, 병사가 법령을 두려워하고, 장수의 명령이 잘 이행되고, 서로 적군의 격파를 기뻐하고, 용맹한 작전을 흥미진진하게 논하고, 서로 위무(威武)를 숭상하면 이는 군대가 강대하다는 징후입니다.

 

전군이 자주 놀라고, 병사의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적의 강대함을 두려워하고, 자기 군대의 불리한 점을 서로 이야기하고, 서로 모여 웅성거리고, 유언비어가 그치지 않고, 위아래가 서로 속이고, 법령을 두려워하지 않고, 장수를 존경하지 않으면 이는 군대가 나약하다는 징후입니다. 전군이 질서정연하고, 진세가 견고하고, 해자가 깊은데다 성과 보루의 벽은 높고, 때맞추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등 천시가 유리하게 작용하고, 전군에 아무 사고가 없고, 깃발은 바람을 따라 앞을 향해 나부끼고, 금탁(金鐸) 소리가 높고 맑게 울리고, 전고(戰鼓) 소리가 유장하면서도 명량(明亮)하게 울리면 이는 신명의 도움을 얻어 크게 이길 징후입니다.

 

대열과 진형이 견고하지 못하고, 깃발이 어지럽게 나부끼며 서로 엉켜 있고, 바람과 비 등 천시가 불리하게 작용하고, 병사가 두려워 떨고, 사기가 땅에 떨어져 흩어지고, 군마가 놀라 날뛰고, 전차의 굴대가 부러지고, 금탁 소리가 낮고 탁하게 울리고, 전고 소리가 비에 젖은 듯 쳐지고 둔탁하게 울리면 이는 크게 패할 징후입니다.

 

무릇 적의 성읍을 공격하거나 포위할 때는 주의해 관찰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성안의 기색이 죽은 재와 같으면 그 성은 공략할 수 있습니다. 둘째, 성안의 기운이 밖으로 나와 북쪽으로 향하면 그 성은 점령할 수 있습니다. 셋째, 성안의 기운이 밖으로 나와 서쪽으로 향하면 그 성은 항복시킬 수 있습니다. 넷째, 성안의 기운이 밖으로 나와 남쪽으로 향하면 그 성은 점령할 수 없습니다. 다섯째, 성안의 기운이 밖으로 나와 동쪽으로 향하면 그 성은 공격할 수 없습니다. 여섯째, 성안의 기운이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면 성을 지키는 장수는 반드시 달아날 것입니다. 일곱째, 성안의 기운이 성 밖으로 나와 아군의 상공을 덮으면 아군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 것입니다. 여덟째, 성안의 기운이 성 밖으로 나와 계속 위로 올라가면 싸움이 장기화할 것입니다.

 

무릇 적의 성읍을 공격하거나 포위한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천둥도 치지 않고 비도 오지 않을 때는 반드시 포위를 풀고 철수해야 합니다. 이럴 때는 성안에 반드시 뛰어난 인물이 보좌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정황을 좇아 공격할 수 있을 때 공격하고, 공격해서는 안 될 때 멈출 줄 아는 것이 적의 강약과 승패의 징후를 미리 아는 방법입니다.”

 

무왕이 말했다.

 

참으로 옳은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