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전 /사상과 처세

225. 이위공문대 (李衛公問對)

늘푸른 봄날처럼 2019. 3. 3. 12:50

225. 이위공문대 (李衛公問對) / 저작자 이정(李靖)

 

600년대에 만들어진 책으로, 당나라의 명장 이정이 태종의 질문에 답해 병법을 설명하면서 제왕학을 진언한 것이다. ‘문대(問對)’문답(問答)’이라는 뜻이므로 이 책은 이위공문답집이라고 할 수 있다. ··3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병법 7가운데 가장 늦게 만들어졌다.

 

당나라는 7세기에서 10세기 초에 걸쳐 300년 동안 번영했다. 2대 황제인 태종(598~649)의 정치를 정관(貞觀)의 치()’라고 하여, 중국 역사상 최고의 황금시대로 평한다. 그 평가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지만, 당나라 왕조의 기초가 이 시대에 갖추어졌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위공, 곧 이정(571~649)은 태종을 모시고 당나라의 판도를 넓힌 명장이다. 그는 원래 수()나라의 신하였으나 태종의 지혜에 감복해 당나라로 귀순해 수나라의 잔당 토벌에 힘을 썼고, 당나라가 천하통일을 이룬 뒤에는 서역을 공략해 이름을 날렸다.

 

이위공문대는 태종과 이위공 사이의 문답을 기록한 것이다. 다만, 이 책 이름이 당연히 기록되어 있어야 할 당서(唐書)』 「예문지(藝文志)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당나라 말기나 송나라 초기에 만들어진 위서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러나 이 책은 황제를 위한 것이어서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라는 설도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60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설령 위서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충실한 것으로 보아 상당한 인물이 지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고대 병법이 성립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난 만큼 다른 병법서와는 형식이나 내용이 다르기는 하지만, 손자오자를 비롯한 고대 병법서와 역사적 고사 등을 많이 인용했으며, 다양한 분야에 걸쳐 논하고 있다.

 

 

 

 

권위가 애정에 좌우되면 실패한다

 

태종이 물었다.

 

옛날의 병법서를 보면, 관리 체제를 엄하게 하면 병사들이 군주를 두려워해 명령에 잘 따르며, 적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 싸운다고 되어 있는데, 맞는 말인가?”

 

이위공이 대답했다.

 

승패의 형세는 천차만별이라서 법률과 형벌만 가지고 병사들을 싸우게 해서는 이길 수 없습니다. 손자는 부하들과 친숙하지 않을 때 조금의 잘못이 있다고 해서 벌을 내리면 부하들이 따르지 않으며, 오히려 너무 친숙해져서 과실이 있어도 벌을 내리지 않으면 질서가 무너진다고 했습니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손자의 말은 애정으로 부하들과 인간관계를 맺되 잘못을 저지르면 엄하게 벌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만일 애정도 없이 엄하게 다스리기만 한다면, 절대로 잘되지 않습니다.”

 

태종이 되물었다.

 

그러나 서경에는 권위가 애정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면 일이 잘되고, 권위가 애정에 좌우되면 실패한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위공이 대답했다.

 

우선 애정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만들고, 그 위에 잘못이 있으면 엄하게 벌하십시오. 이 순서를 절대로 바꾸어서는 안 됩니다. 먼저 엄하게 다루고 나중에 애정으로 접하려 해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중권

 

묶인 조직, 흩어진 조직

 

태종이 물었다.

 

병력을 분산해서 싸울 때도 있고, 집중해서 싸울 때도 있다. 각각 상황에 따르겠지만, 과거의 예를 설명해 보아라.”

 

이위공이 대답했다.

 

저족(氐族)의 부견(符堅)100만 대군을 거느리고 진()나라와 싸웠지만 비수(淝水)에서 패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대군을 집중하는 것만 알고, 분산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와는 정반대의 예가 촉()나라의 공손술(公孫述)을 친 한()나라 장군 오한(吳漢)의 경우입니다. 오한은 부장 유상(劉尙)과 군대를 두 편으로 나누어 20리 정도 떨어진 곳에 진을 쳤습니다. 거기에 공손술의 군대가 쳐들어왔습니다. 이에 오한과 유상 양군은 곧바로 합류해 적을 물리쳤습니다. 이처럼 분산해 있어도 언제든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병법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태공망은 분산하고 싶어도 분산할 수 없는 군대는 묶인 조직이고, 집중하려 해도 집중할 수 없는 군대는 흩어진 조직이라고 했습니다.” 하권


 

부하의 사기를 살펴 전쟁에 임한다

 

태종이 물었다.

 

손자는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법에 대해 논하면서 인간의 기분은 아침에는 좋고, 점심때는 약간 늘어지며, 저녁이면 휴식을 원하듯이 상황에 따라 변한다. 전투를 잘하는 자는 이 변화를 잘 읽어서, 적의 힘이 오를 때를 피하고 풀어져 있을 때를 노려서 파고든다라고 했다.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위공이 대답했다.

 

살아서 피가 흐르는 인간이라면 늘 기()에 좌우되기 마련입니다. 그 예로, 분기하면 죽음을 무릅쓰고 싸울 것입니다. 이것도 기가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손자는 그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것은 적뿐만 아니라 아군에게도 적용됩니다. 부하들의 사기를 잘 살펴보고, 그 기를 일으켜서 싸움에 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손자가 말하는 아침·점심·저녁은 반드시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상태에 비유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책의 문장을 표면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하권

 

심려원모(深慮遠謀)

 

태종이 물었다.

 

그대는 예전에 이적(李勣, 이위공에 필적하는 당나라 초기의 명장)이 병법에 뛰어나다고 말했는데, 그자를 이대로 중용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의견을 듣고 싶다. 나라면 그자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겠지만, 내 자식 대에 이르면 오히려 그자에게 휘둘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위공이 대답했다.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이번에 이적을 좌천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태자가 황위를 이어 새로운 황제가 되었을 때 그를 다시 발탁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그는 새로운 황제에게 은혜를 느끼고 보답하려 할 것입니다.”

 

,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로다.” 하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