寓話와 神話/장자의 智慧 지혜를 내세워 시비를 가리지 말라 늘푸른 봄날처럼 2019. 2. 20. 17:16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한 것처럼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한 것처럼. 노 나라의 손휴라는 사람은 스승 자편경자를 찾아가서 이렇게 하소연했다. “저는 고향에서 인격이나 품행이 나쁘다는 말을 한 번도 안 듣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고비가 닥칠 때마다 용기가 없다는 말을 들어보지 않고 살았습니다. 하나 농사를 지으면 번번이 흉작일 뿐만 아니라, 왕도 지극정성으로 섬겼지만 때를 잘못 만나 출세할 기회도 얻지 못했으며, 고향에서는 사람들의 미움을 받아 쫓겨나기까지 했습니다. 제가 하늘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불행한 운명에 처했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스승님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자 자편경자가 손휴에게 말했다. “너는 지금까지 군자가 어떻게 처신하고 살아야 하는지를 몰랐구나. 군자는 자기의 간과 쓸개까지도 남에게 내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눈이 있고 귀가 있어도 세상의 속된 것을 보지도 듣지도 못한 것처럼 살아야 하고, 안 되는 일을 억지로 애써 이루려고 아득바득해서도 안 되는 법이다. 특히 어떤 일에 성공을 했더라도 자기 능력을 과신해서는 안 되며, 그 성공을 자기 공로로 삼아서도 안 된다. 그런데 너는 늘 자신의 지혜로움을 내세워 어리석은 사람들을 몸 둘 바를 모르게 만들었고, 자신이 높은 수양을 쌓았다고 해서 남의 잘잘못을 밝은 대낮처럼 드러내거나 시시비비를 가리려고만 하니 않았느냐? 그러면서도 네가 지금까지 남들로부터 큰 화를 당하지 않고 단지 고향에서 쫓겨난 것만으로도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허물이 많은 네가 어찌 감히 하늘을 원망할 자격이 있느냐?” 지혜를 내세워 시비를 가리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