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이야기/조선의 뒷마당

5. 별감(別監) <2>

늘푸른 봄날처럼 2019. 2. 18. 00:34



<대쾌도> 다른 등장인물들의 복색이 흰색이나 연남색이 주를 이루는데 비하여
별감의 홍의는 활기와 강렬함을 제공한다.

■ 별감의 화려한 패션 

이처럼 별감의 존재는 그들의 직역과 관련해서가 아니라, 주로 유흥과 술주정과 
폭력,범법과 관련해 기록에 남아 있다. 이런 인간들을 역사학에서 다룰 리가 없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무엇보다 별감이 조선후기 유흥문화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일단 주목할 만하다. 
그런가 하면 별감은 조선후기 복식의 유행을 주도한 축이었다. 
한번 살펴볼 만하지 않은가? 먼저 별감의 복색부터 보자. 
별감의 생활은 사치스럽고 소비적이었던 바, 그런 생활의 특징적 국면이 잘 드러난 분야가 
바로 복색이었다. 예컨대 한문 단편 ‘재회’는 그 첫머리를 “한 부잣집 아들이 외도에 빠져 
가산이 많이 기울었지만, 별감이 된 까닭에 의복이 매우 화려했다”는 말로 시작하고 있다. 
‘한양가’가 묘사하고 있는 별감의 패션을 보자. 

별감의 거동 보소, 난번별감 백여 명이
맵시도 있거니와 치장도 놀라울 사
편월상투 밀화동곳 대자동곳 섞어 꽂고
곱게 뜬 평양 망건, 외점박이 대모관자
상의원 자지팔사, 초립 밑에 팔괘 놓고
남융사 중두리의 오동입식 껴서 달고
손뼉 같은 수사갓끈 귀를 가려 숙여 쓰고 

난번별감이란 교대근무를 마치고 나온 별감이다. 이들의 복색을 머리부터 살펴보자. 
‘편월상투’의 ‘편월’은 조각달이다. 상투를 그냥 뭉치는 것이 아니라 머리카락을 낱낱이 
펴고 빗질을 해서 조각달처럼 보이게 모양을 낸 상투다. 동곳은 상투가 풀어지지 말라고 
꽂는 것인데, 여기도 사치를 한다. ‘밀화동곳’의 밀화는 호박인데, 누런 호박은 마치 
꿀이 엉긴 것 같다 하여 밀화라고 부른다. 여성들의 노리개, 단추, 비녀, 장도와 
남자들의 갓끈을 만드는 데 쓰는데, 상당한 사치품이다
(대자동곳은 大字동곳으로 보인다. 아마도 큼직한 동곳인 듯). 
상투를 짰으면 망건을 쓴다. 망건은 상투를 튼 머리에서 머리털이 흩어지지 말라고 
동여매는 것이다. 곱게 짠 ‘평양망건’을 쓴다고 했는데, 망건은 원래 이마 쪽 부분을 
외가닥으로 짜서 이마가 훤히 비치게 한 것이 고급품이다. 곱게 짰다는 것은 바로 
이것을 가리키는 것일 터. 평양망건은 아마도 평양에서 만든 망건을 최고로 쳤기 때문에 
든 것으로 생각된다. 평양은 정조 이후 가장 명예로운 벼슬이었던 규장각 각신이 쓰는 와룡관을 
왕명을 받아 제작했던 곳이니, 머리에 쓰는 물건의 제작으로 이름이 있었던 것이다. 

■ 사치스러운 초립 장식 

‘외점박이 대모관자’란 무엇인가. 망건에는 망건을 죄는 당줄이란 줄이 있는데, 이 줄을 꿰어 거는 
것이 관자다. 관자는 신분에 따라 재료가 다르다. 보통 관원은 옥관자를 달다가 정3품 당상관이 되면 
금관자를 달고, 정2품이 되면 다시 옥관자를 다는데, 
이때의 옥은 특별히 품질이 좋은 것으로 만들고 따로 도리옥이라 부른다. 
벼슬아치가 옥관자를 달면 나으리, 금관자를 달면 영감, 도리옥을 달면 대감이라 부른다
(그 위는? 상감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금관자도 옥관자도 아닌, 대모관자다. ‘대모’는 누런 바탕에 
검은 점이 있는 바닷거북의 등딱지다. 안경테, 담뱃갑, 갓끈, 장도, 풍잠 등 장신구나 생활용품의 
재료로 쓰이는데 아주 고급품으로 친다. 외점박이 대모관자란 검은 점이 하나 강조되어 있는 
대모로 만든 관자다. 특히 더 고급으로 치는 것이다. 별감은 옥관자 금관자를 달 일이 없는 
사람이므로 대모로 만든 관자로 사치를 했던 것이다. 
상투를 짜서 동곳을 꽂고 망건을 둘렀으면, 이제 모자를 쓸 차례다. 별감이 특별하게 만든 초립을 
쓴다는 것은 앞서 말한 바 있다. “상의원 자지팔사, 초립 밑에 팔괘 놓고”란 부분이 바로 초립의 치레를 
말한 부분인데, ‘팔괘 놓고’란 부분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다. ‘상의원 자지팔사’란 상의원에서 만든 8가닥
(八條)의 실로 꼰 자줏빛 끈이란 뜻이다. 상의원은 임금의 의복과 궁중의 보물을 맡아보던 곳인데, 
여기서 직조(織造)를 하기도 한다. 상의원에서 짠 고급의 직조물로 초립의 안을 받쳤던 모양이다. 
‘남융사 중두리’ 역시 초립에 관계된 것이다. ‘중두리’는 가장자리다. 방의 벽과 방바닥 사이를 
방중두리,또는 마루중두리라고도 하는데, 여기서는 초립의 가장자리를 말한다. ‘남융사(藍絨絲)’에서, 
융은 원래 감이 두툼하고 고운 모직물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남빛이 나는 융실로 만든 초립의 
가장자리를 말하는 것이다. 당연히 고급품이다. 
이렇게 만든 초립에 ‘오동입식(烏銅笠飾)’을 단다. 초립은 꼭 별감만 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별감의 초립에는 구분되는 점이 있다. 별감의 초립은 대오리를 묶는 물건인 호수(虎鬚)를 
좌우와 뒤에 꽂는다. 호수를 꽂으려면 장치가 필요한데, 이 장치가 오동입식으로 보인다. 오동은 
적동(赤銅), 곧 검붉은 산화구리니, 오동입식은 산화구리로 만든 입식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해지는 초립의 사진을 보면 초립 옆에 대오리를 꽂을 수 있는 대롱 같이 생긴 물건이 
있는데, 바로 이것이 아닌가 한다. 초립을 썼으면 끈으로 턱에 묶어서 고정시켜야 하는데, 
그 끈이 수사갓끈이다. 수사(繡紗)는 수놓은 비단갓끈으로 역시 고급품이다.  

■ 별감만의 특권 紅衣 

이제 옷치레를 보자. 

다홍생초 고운 홍의 숙초창의 받쳐 입고
보라누비 저고리에 외올뜨기 누비바지
양색단 누비배자 전배자 받쳐 입고
금향수주 누비토수 전토수 받쳐 끼고 

홍의(紅衣)는 별감만이 입을 수 있는 별감 특유의 옷이다. 이것은 다홍색의 생초로 만든다. 
생초는 생사, 곧 삶지 않은 명주실로 짠 비단이다. 홍의 안에는 ‘숙초창의’를 받쳐 입는다 했는데, 
창의는 공태와 무가 없는 통소매에 양옆을 튼 보통 사람의 간단한 나들이옷이다. 
이때 창의는 숙초, 곧 삶은 명주실로 짠 비단으로 만든다. 
창의 속에 입는 저고리는 보라색의 누비저고리이고, 바지도 외올뜨기 누비바지다. 누비는 손이 
많이 가는 것이라 사치품이다. 외올뜨기는 외올, 즉 단 한 가닥으로 뜬 망건이나 탕건을 가리킬 때 
쓰이는 말이다. 다만 ‘외올뜨기 누비바지’가 어떤 것인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저고리 위에는 배자를 덧입는다. 배자는 조끼와 비슷한데, 단추가 없고 양쪽 겨드랑이 아래를 
내리 터놓은 옷이다. ‘양색단 누비배자’란 것은 양색단을 감으로 쓴 누비배자란 뜻이다. 
양색단(兩色緞)은 씨와 날의 빛이 다른 실로 짠 비단이다. 이것을 감으로 삼아 만든 배자에 솜을 넣어 
누빈 것이니, 아주 호사스런 옷이다. ‘전배자’는 짐승의 털가죽(氈)을 안에 댄 배자를 말한다. 
이 역시 호사치레다. 
토시는 아는 바와 같이 저고리 소매처럼 생긴 방한구로 팔에 끼는 것이다.
 ‘전토시’는 전배자처럼 짐승의 털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금향수주 누비토수’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금향(錦香)은 붉은빛을 띤 검누른 빛깔이고, 수주(水紬)는 아주 품질이 좋은 비단이다. 
즉 검붉은빛의 고급 비단으로 만든 토시다. 
옷만 좋게 차려 입으면 멋내기는 끝인가? 아니, 장신구가 남아 있다. 지금 세상은 남자들도 
시계나 반지, 안경, 목걸이 등으로 몸을 치장하지 않는가? 예나 지금이나 멋내기의 본질은 같은 법이다. 
별감은 장신구 치레도 화려하고 사치스럽다. 

중동치레 불작시면 우단 대단 도리불수
각색 줌치 묘히 접어 나비매듭 벌매듭에
파리매듭 도래매듭 색색이로 꿰어차고
오색비단 괴불줌치 약낭 향낭 섞어차고
이궁전 대방전과 금사향 자개향을
고름마다 걸어 차고 대모장도 서장도며
밀화장도 백옥장도 안팎으로 빗기 차고
삼승보선 순혹파서 맵시있게 하여 신고
제제창창 앉은 모양 절차도 거룩하다 

‘중동치레’의 ‘중동’은 요즈음 말로 ‘중간’ ‘허리’다. 중동치레는 허리 부분의 치장이다. 대체로 허리띠, 
쌈지, 주머니, 면경집 따위를 허리춤에 차는데, 이것들을 호사스럽게 하여 사치를 하는 것이다. 

■ 조선후기 패션 선도한 별감 

‘우단 대단 도리불수’에서 ‘대단’은 중국제 비단이고 ‘우단’은 거죽에 고운 털이 돋게 짠 비단이다. 
‘도리불수’란 정확하지는 않지만 추측해볼 수는 있다. 도리(桃李)는 복숭아꽃 오얏꽃이다. 
불수는 국어사전에는 없으나 이훈종 선생에 의하면(‘민족생활어사전’, 한길사, 1992, 124면) 
양손을 모아 합장하는 것처럼 생긴 밀감을 부처님 손 같다 하여 불수감이라고 하는 바, 인자하고 
복을 베푸는 것을 뜻하는 무늬라고 한다. 이 설에 따르면 ‘우단 대단 도리불수’는 도리나 불수 무늬를 
놓은 대단 우단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으로 갖가지 줌치, 곧 주머니를 접어 나비·벌·파리 
모양의 매듭이나 도래매듭(두 줄을 엇매겨 두 층으로 엮은 매듭)을 엮어 찬다는 것이다. 
괴불은 괴불주머니인데, 색이 있는 네모난 헝겊을 마름 모양으로 접고 안에 솜을 통통하게 넣어 
수를 놓고 색실을 단 것이다. 주머니 끝에 다는 장식용 노리개다. 괴불주머니 외에 또 약냥(藥囊)·
향낭(香囊), 곧 약주머니와 향주머니를 다는데, 이궁전 대방전 금사향 자개향이 바로 약낭 향낭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궁전 대방전은 중국에서 수입한 향의 이름이다. 금사향 역시 중국제 향이기도 하고, 
또 향을 넣는 케이스이기도 하다. 후자의 뜻으로는 은으로 만든 네모꼴의 갑에 도금을 한 뒤 
한충향(漢沖香)을 넣은 것이란 뜻이다. 한충향은 보통 여자들이 노리개로 차는 향이다. 향기를 취하기도 
하고 곽란 같은 급한 증세에 약으로도 쓴다. 자개향은 아마 자개로 꾸민 향을 넣은 작은 상자일 것이다. 
주머니, 괴불줌치, 약낭, 향낭을 단 뒤에 장도를 단다. 장도는 은장도를 연상하면 된다. 
칼집이 있는 작은 칼인데, 이것 역시 사치용으로 남이 보도록 찬다. 
대모장도 서장도 밀화장도 백옥장도는 모두 장도의 집을 꾸미는 
재료에 따라 붙인 이름이다. 다른 것은 설명할 것이 없고, 
서장도는 물소뿔로 만든 장도다. 
별감의 복색은 사치스럽다. 
비단과 전(氈)과 누비와 각종 장신구로 몸을 휘감고 있지 않은가. 
과연 사치의 극을 달린다 할 만하다. 옷과 장신구의 사치는 
인간의 자기표현을 위한 가장 원초적인 수단이다. 
별감의 복색에서 나는 조선후기 남성들의 복색에 대한 염원을 본다. 
아마도 별감의 복색이야말로 조선후기 남성들이 가장 바라는 패션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