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전 /소설과 희곡

315. 두아원 (竇娥寃)

늘푸른 봄날처럼 2019. 2. 3. 08:02

315. 두아원 (竇娥寃) / 저작자 관한경(關漢卿)

 

1260년경에 만들어진 책으로, 무죄를 주장하는 두아(竇娥)의 비극을 그린 중국 최고의 희곡 작가 관한경의 대표작이다. 선려(仙呂남려(南呂정궁(正宮쌍조(雙調)4곡을 중심으로 4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한경은 원나라 때의 가장 유명한 작가이지만, 그의 경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유명한 궁중 의원이었으나, 이원(梨園,연극계)을 드나들며 작품을 쓰기도 하고 무대에 서기도 했다고 한다. 제목이 전해지는 작품은 60여 편이고, 현존하는 것은 18편으로, 질과 양에서 원나라 최고의 극작가라 할 수 있다. 그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많이 썼는데, 이 작품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원나라 희곡에서는 비극을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이 작품은 주인공이 죽은 뒤에야 그 누명을 벗는 비극이다.

 

옛날의 일화를 들어 현재의 모순을 그리는 것이 중국 문학의 특징인데, 이 작품은 동해효부(東海孝婦) 설화에서 모티프를 따왔으나, 이렇게 현실감 넘치는 희곡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관한경의 뛰어난 창작 능력 때문이다. 후세에도 크게 영향을 끼쳐 많은 민간 예능에 소재를 제공했으며, 민중들에게 굉장히 큰 인기를 누렸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높이 평가되며 1958년에는 관한경 창작 700주년을 기념해 전 작품이 출판되었고, 최근에도 증쇄를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제목은 거울과 저울을 이용한 조사 방법, 하늘을 감동시키고 땅을 뒤흔든 두아의 원한으로, 누명을 쓴 두아의 원한이 여름에 눈을 내리게 하고 3년 동안 이어진 가뭄을 불러와 아버지 천장(天章)이 그 원한을 해결했다는 뜻이다.

 

 

 

 

독살의 누명을 쓴 두아는 형장의 이슬로

 

장안에서 태어난 두천장(竇天章)은 과거에도 떨어지고, 아내도 먼저 세상을 떠나 혼자서 일곱 살 난 딸 단운(端雲)을 키우며 외롭게 살고 있었다. 장안을 떠나 초주(楚州)까지 흘러왔으나 생활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이 그곳의 채() 노파에게서 돈을 빌렸는데, 원금에 이자가 더해져 40냥으로 불어나 갚을 길이 없었다. 한편, 채 노파는 단운을 자기 아들과 결혼시키고 싶어, 딸을 주는 조건으로 빚을 탕감해 주고 거기에다 은자 10냥을 노자로 얹어 주겠다고 했다. 두천장은 찢어지는 가슴으로 사랑하는 딸을 넘겨주고 자신은 과거를 보러 장안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단운은 그 사이 채 노파의 아들과 결혼하고 이름도 두아로 바꾸었다. 그러나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시어머니를 모시고 미망인으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채 노파는 새로의(賽盧醫, 명의라는 뜻, 여기서는 반어적인 의미)에게 빌려 준 돈을 받으러 갔다가 밧줄에 목이 졸려 오히려 죽을 지경에 처했다. 그때 지나가던 장() 노인과 그 아들 장려아(張驢兒)의 도움을 받아 살아나게 되었다. 채 노파는 두 사람에게 감사하며 자신은 며느리와 둘이서 외롭게 사는 신세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흑심을 품은 장려아는 아버지는 채 노파하고, 자신은 그 며느리하고 같이 사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너무 놀란 채 노파는 거절했지만 말을 안 들으면 죽이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두 사람을 데리고 집으로 갔다.

 

전후 사정을 들은 두아는 화를 내며 두 사람에게 욕을 퍼부었지만, 채 노파는 협박이 무서워 거절하지 못하고 두 남자를 같이 살게 했다. 두아는 계속해서 장려아를 거부했다. 온갖 궁리를 짜내던 장려아는 채 노파만 없으면 두아가 자신의 말을 들어줄 것이라 생각하고는 새로의를 찾아가 독약을 달라고 했다. 기실 새로의는 노파를 죽이려다가 실패한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그 요구를 거절했으나 살인 미수 사실을 알리겠다는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장려아에게 독약을 건네주고 자신은 멀리 탁주(涿州)로 도망쳐 버렸다.

 

채 노파는 몸이 불편해 며칠 동안 누워 있다가 두아에게 양의 내장으로 국을 끓여 달라고 했다. 두아가 국을 끓여 가지고 가려 하자, 장려아는 국의 간이 안 맞는다고 하면서 두아에게 소금을 가져오게 하고는 그 틈에 독약을 넣었다. 그런데 채 노파가 속이 울렁거린다고 구역질을 하는 바람에 두아는 그 국을 장 노인에게 권했다. 그것을 먹은 장 노인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고 말았다. 그러자 장려아는 두아가 아버지를 독살했다고 소란을 피우며, 자신의 아내가 되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협박했다. 두아는 모든 것을 알아차리고 그길로 관가로 갔다. 그러나 그곳의 관리는 두아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곤장을 마구 쳤다. 기절하자 물을 끼얹고, 정신을 차리면 다시 고문하기를 3, 그러나 두아는 굴하지 않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채 노파에게까지 곤장을 치려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독을 탔다는 거짓 증언을 해야 했다. 이렇게 하여 사형수가 되어 목이 잘리려는 순간에, 두아는 관리에게 3가지를 고했다.

 

관리 나리, 12척의 하얀 비단으로 깃발을 달아 주세요. 제가 진실로 결백하다면, 목이 달아날 때 내 피는 모두 그 비단으로 튈 것입니다. 지금은 한여름이지만 하늘에서 무릎까지 빠질 정도로 눈이 내릴 것이며, 그 눈이 내 몸을 덮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만일 제가 결백하다면 지금부터 3년 동안 초주에는 비가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고, 두아의 목이 잘리자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아의 피는 모두 12척의 하얀 비단에 뿌려졌다.

 

과거에 급제한 아버지가 딸의 결백을 밝히다

 

한편, 두아의 아버지 천장은 그 뒤 과거에 합격해 고관이 되었다. 그에게 유일한 근심이 있다면, 바로 딸의 행방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사방으로 찾았지만 채 노파가 이사를 하는 바람에 행방을 알 길이 없어,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상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죄인을 조사하기 위해 초주에 갔는데, 이상하게도 초주는 3년 동안이나 가뭄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날 밤 서류를 조사하던 천장은 두아의 사건을 보긴 했으나 자신의 딸인 줄도 모르고 처리된 사건으로 제쳐 두었다. 그때, 두아의 망령이 나타나 제쳐 놓은 서류를 책상 위로 올려놓았다. 천장은 깜짝 놀라 그 서류를 다시 아래로 내려놓았다. 3번이나 그렇게 반복한 뒤에야 천장은 유령의 존재를 깨달았다. 두아의 망령은 자신이 바로 단운인데 채 노파의 집에 시집간 뒤 이름을 두아라고 바꾸었으며,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고 사형을 당했노라고 울면서 말했다. 딸의 억울한 죽음을 알게 된 천장은 다음 날 아침 관계자를 불러모아 재심을 했다. 그러나 장려아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하면서 자신은 아무 상관 없다고 주장했다. 바로 그때, 도망쳤던 새로의가 붙잡혀 와 모든 것을 자백하자 장려아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게 되었고, 그로써 마침내 두아의 결백이 판명되었다.

 

이렇게 하여 장려아는 사형, 새로의는 무기 징역, 그 무렵의 관헌들은 곤장형을 받은 뒤 추방되었다. 채 노파는 두아의 망령이 원하는 대로 천장이 모시게 되었다. 3년에 걸친 두아의 억울한 누명은 이렇게 하여 벗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