寓話와 神話/그리스神話 Glaucus and Scylla / 글라우코스와 스퀼라 늘푸른 봄날처럼 2019. 2. 1. 19:56 Glaucus and Scylla 글라우코스와 스퀼라 신이 된 글라우코스 글라우코스는 훌륭한 솜씨를 가진 어부가 였다 어느날 그는 외따로 떨어진 아름다운 섬에서 고기를 잡고 있었다. 이 곳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데다가 외딴 곳이어서 인가도 없고, 누구 하나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아름다운 섬이었다. 글라우코스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그물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기대했던 대로 다양한 종류의 고기가 많이 걸려 올라온다. 그는 풀밭으로 그물을 끌어올려 그물을 뒤집어 고기들을 쏟아놓고는 풀 위에 앉아서 고기를 종류대로 분류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갑자기 풀 위에 분류해서 놓아둔 고기들이 살아나더니 마치 물속에서 유영하는 것처럼 지느러미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는 깜짝 놀라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고기들은 갑자기 헤엄을 치듯이 풀 위를 미끄러져서 물속으로 달아나버리는 것이었다. 그는 이것이 어떤 신이 요술을 부린 것인지, 아니면 고기들이 어떤 풀을 먹고 신비로운 힘을 갖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아무래도 풀밭에 널려있는 풀에 필시 신비의 힘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도 그 풀을 뜯어 조금 씹어 보았다. 그러자 그 풀즙이 알싸한 향과 함께 입안에 퍼지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더니 갑자기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그는 참으려 애썼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물속으로 들어가자 그의 온몸으로 따뜻한 기운이 감돌면서 물속은 아주 아늑하고 평온한 느낌을 주었다. 강의 신들은 모두 몰려와 새로운 동료가 왔다고 반갑게 맞아 주며. 글라우코스를 위해 바다의 지배자인 오케아노스와 아내 테티스에게 간청을 하여,그가 완전한 강의 신이 될 수 있도록 인간적인 요소를 모두 버리게 해 주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각도 없어지고, 인간이 가진 의식까지도 모두 사라지면서 죽은 듯이 꼼짝 못하고 있던 글라우코스는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오랜 잠에서 깨어나듯이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그는 자신의 모습은 물론 마음까지 모두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머리카락은 바다 빛으로 물 위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으며, 어깨는 아주 넓어졌고, 가랑이와 다리는 고기 꼬리처럼 되어 있었다. 그의 변한 모습을 본 강의 신들은 그의 모습에 찬사를 보냈다. 글라우코스는 처음엔 인간이란 모습을 벗어버리고 낯선 존재로 변한 자신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신들이 찬사를 보내자 자신도 이제는 인간이 아닌 신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의 변한 모습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며 우쭐한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어부의 신분에서 신비의 풀을 먹고 신이 된 그는 그날부터 싱글거리며 자기가 맡은 강물에 잠겨 흥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그가 물속에서 머리만 내어놓고 유영하는 중에 운명처럼 찾아온 스킬라라는 아름다운 처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날은 날씨도 산보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여서 그녀는 혼자서 아름다운 해안가를 산책하고 있었다. 그곳은 님프들이 즐겨 찾는 아름다운 해안이었는데, 그 해안 아늑한 곳에 사람들의 눈이 닿지 않는 은신처가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 이르자 근처에 아무도 없어 보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옷을 벗어 바위에 걸쳐놓고 맑은 물속에 살며시 몸을 담갔다. 그 모습을 몰래 지켜보던 글라우코스는 그녀의 모습에 반하여 첫눈에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는 용기를 내어 갑자기 물 위로 모습을 나타내고는 그녀를 향해 말을 걸었다. 그는 자기의 멋진 모습을 보고 그녀도 자기를 사랑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갑작스런 출현에 놀란 스킬라는 높은 절벽위로 도망쳐 상대가 신인지 바다 짐승인지를 확인하려고 아래를 내려 보다가 반인반수인 글라우코스의 모습을 본 순간 깜짝 놀랐다. 그러나 글라우코스는 자신의 모습을 자랑스러운 듯이 물 위로 드러내고는 바위에 기댄 채 그녀에게 호소하듯 말했다. “아가씨, 나는 괴물도 바다짐승도 아니라오. 나는 신이란 말이오. 프로테우스나 트리톤도 나보다는 높지 않아요. 사실 나는 이전에는 아가씨와 마찬가지로 인간이었다오. 그런데 먹고 살기 위해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갔다가 지금은 완전히 바다에 속한 신이 되었단 말이오. 고기가 먹고 소생한 풀을 나도 먹고 이렇게 신이 되었단 말이오. 물론 신이 되고는 얼마나 좋았는지 모르오. 하지만 지금 내 마음 속엔 아가씨뿐이오. 내가 만일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내가 신인들 무엇 하오. 난 당신을 사랑하오.” 그는 애절하게 그녀에게 구애를 한다. 그의 애절한 구애는 신이 인간에게 구애하는 것치고는 너무 처량해 보였다. 그런 그의 열정적인 구애에도 스킬라의 마음은 돌아서지 않았고 끝내 그녀는 그의 구애를 외면하고 몸을 돌려 달아나 버렸다. 그 자리에서 물끄러미 넋을 놓고 그녀가 떠난 자리를 올려다 보는 그의 마음은 갈가리 찢어질 듯 아파왔다 Rosa Salvator 흉측한 바위가 된 스킬라 글라우코스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자신만만하게 구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기 좋게 거절당한 그는 분하기도하고 부끄럽고 슬프기도 하여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한번 준 사나이의 정은 그렇게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라도 스킬라를 차지하고 말겠다는 결심을 굳힌 글라우코스는 온갖 머리를 짜내어 생각해 보았지만 별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키르케라는 마법을 잘 부리는 여신에게 협조를 구할 생각이 떠올라 서둘러 키르케가 사는 섬으로 달려갔다 정중하게 인사를 한후 글라우코스는 달려온 사연을 이야기했다. “키르케님, 한 여자를 사랑하는 제 고통을 이해하시고 제발 나를 도와주소서! 나의 이 아픈 마음을 제거할 수 있는 분은 당신뿐입니다. 내 모습이 변한 것도 약초의 효력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키르케님, 나는 스킬라를 사랑합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온 세상의 좋은 말은 다 들먹이며 사랑을 구하고 맹세를 해보았지만 그녀는 나를 비웃고는 달아나 버렸습니다. 제발 요술을 써서라도 그녀를 향한 나의사랑만큼 그녀도 나에 대하여 연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세요.” 간절한 그의 눈빛을 바라보던 키르케는 오히려 그의 애절한 눈빛에 마음이 끌리기도 했고,그의 멋진 모습에 호감이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짐짓 그를 향해 말하며 마음을 떠보기로 했다. “그러지 말고 당신을 사랑해줄 새로운 애인을 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당신의 멋진 모습은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굳이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애걸복걸 할 필요가 있을까요? 자신을 가지세요. 당신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요. 나는 여신이며, 식물과 주문의 효력에도 통달하고 있지만, 이런 나도 당신의 구애를 받으면 거절하지 못할 겁니다. 그녀가 당신을 비웃으면 당신도 그녀를 비웃으세요. 그리고 당신의 사랑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이를 사랑하세요. 그렇게 하는 것이 스킬라에게 복수하는 셈이 되고 당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일 거예요.” 하지만 스킬라에게 반해버린 글라우코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바다 속에 나무가 자라고 산꼭대기에 물이 차는 순간이 온다 해도 스킬라를 사랑하는 내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이오.” 그의 말에 여신 키르케는 자존심이 상하여 무척 화가 났다. 그렇다고 그녀로서는 글라우코스를 벌할 수 없었을 뿐더러, 그를 벌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녀는 그의 순정에 반했고, 그의 모습에 왠지 모를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연히 그 분노를 가엾은 스킬라에게 돌리게 되었다. 그녀는 독이 있는 약초를 몇 개 뜯어 주문을 외면서 섞었다. 그리고는 자기 요술에 회생이 되어 뛰노는 많은 짐승들 사이를 지나서 스킬라가 살고 있는 시칠리아 해안으로 갔다. 그 해안은 스킬라가 바닷바람을 쐬거나 목욕을 하기 위해서 자주 나오는 해변이었는데 키르케는 이 바닷물에다 독이 든 혼합물을 풀고 강력한 마력을 가진 주문을 외었다. 스킬라는 평상시처럼 이곳에서 몸을 담그고 목욕을 즐기고 있었는데, 주변 분위기가 으스스해지고 갑자기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놀라서 감았던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 보았다 그러자 한 떼의 뱀과 소리높이 짖어대는 괴물이 보였다. 그녀는 너무 놀라 입도 열리지 않았다. 스킬라는 처음에는 그 괴물들이 자기를 향해 달려드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들로부터 달아나려고 손을 젓다가 자신의 손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은 자기의 손이 아니라 괴물들의 커다란 턱이 었다. 그제서야 스킬라는 자신이 아주 괴상망측한 괴물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떼의 뱀과 괴물들은 다름 아닌 자기 몸의 일부였던 것이다.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뿌리박힌 듯이 그곳에서 꼼짝하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그곳에 뿌리박힌 괴물이 되고 말았다. 흉측한 괴물이 된 그녀는 아름다웠던 옛모습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고 고운 마음씨도 사라져서 아주 못된 성질로 변해 버렸다.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된 이유가 글라우코스의 저주라고 생각하고는 뱃사공만 나타나면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것을 즐기며 살아갔다. 결국 그녀는 흉측한 모습 그대로 굳어져서 바위가 되었고, 지금도 그 해안에 가면 암초가 된 이 스킬라 바위 옆을 잘못 지나가다 난파되는 배가 많아서 선원들의 공포의 대상이라고 한다. 글라우코스의 이야기 그 후 다시 바다로 돌아온 글라우코스는, 여신이 스퀼라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익사시킨 것을 알았다. 여기에서 글라우코스는 자기 운명을 깨닫는다. 즉, 자기가 천 년 동안 물에 빠져 죽은 연인들의 시체를 수습하면서 살면, 이윽고 신들의 총애를 받은 젊은이가 나타나 자기를 구해 줄 것이라는 신탁의 뜻을 읽었던 것이다. 그리고 엔뒤미온이라는 청년이 이 예언을 실현하여 글라우코스가 젊음을 되찾게 해주고, 스퀼라와 익사한 연인들을 모두 살려 주게 하였다 다음 구절은 글라우코스가 변신 이후 자기 심정을 노래한 것이다. 나는 생사를 걸고 뛰어들었다. 인간의 오관(五官)을 그렇게 진한 바닷물과 맞추는 것을 고통스러운 업(業)으로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도 감탄을 금치 못하는 바이거니와, 그것은 수정같이 매끄럽게 내 몸 주위에 떠다니고 있었다. 처음으로 나는 오는 날도 가는 날도 오직 놀라면서 살았다. 내 의지 같은 것은 모두 잊고, 오직 힘차게 조수의 간만에 몸을 맡겼다 그로부터 나는, 갓 솜털이 돋아난 새가 처음 그 날개로 아침의 싸늘한 하늘을 나는 것처럼, 펄럭펄럭 내 의지의 날개를 움직여 보았다. 아, 자유자재였다! 나는 찾아갔다. 저 대양의 끝없이 깊고 끝없이 이어지는 놀라움의 세계를. ---------------------------------------------------- 위의 그림은 키르케가 스퀼라를 질투하여 물에 독즙을 뿌리고 있는 모습을 그린 윌리암 워터하우스의 "키르케의 질투" 라는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의 중요한 키워드는 사랑이 아니라 질투와 저주 그리고 원초적 욕망과 복수이다 우리의 신화나 설화는 저주나 징벌에는 늘 그에 합당한 원인이 그 안에 있고 그 밖에는 용서와 은혜가 있다 그것이 우리와 그들의 차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