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 and Her Rivals - I : Io
암소로 변한 이오를 달라고 요구하는 헤라 - 프랑수아 베르디에
소가 되어버린 이오
헤라는 어느 날 갑자기 날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이것은 필시
남편인 제우스가 세상에 알려지기를 꺼리는 소행을 저지르고서
그것을 감추려고 구름을 일으킨 까닭이라고 생각하였다.
헤라가 구름을 헤치고 보니 남편은 거울같이 잔잔한 강기슭에 있었고,
그 곁에 한 마리의 아름다운 송아지가 서 있었다.
헤라는 이 암송아지 속에는 분명히 인간의 모습을 한
아름다운 님페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사실 그 암송아지는 하신(하신) 이나코스의 딸 이오였다.
제우스는 이 딸과 희롱하다가 아내 헤라가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이오를 재빨리 암송아지의 형태로 변신시켰다.
헤라는 남편 곁에 와서 이 암송아지를 보면서, 그 미(미)를 찬양하였다.
그리고 이 암소가 누구의 것이며 무슨 혈통이냐고 물었다.
제우스는 답변이 궁색하여 그냥 지상에서 태어난 새로운 품종이라고
얼버무렸다 그러자 헤라는 그러면 그것을 자기에게 선물하라고 간청했다.
제우스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망설였다. 자기의 여인을 아내에게 주기는
싫었다. 그렇다고 그것을 못 준다고 하면 의심을 받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그러나 헤라는 아직 의심을 풀지 못하였으므로
송아지를 아르고스에게 인도하여 엄중히 감시케 했다.
소가 된 이오- Francois Verdier
괴물 아르고스의 감시
아르고스는 머리에 백 개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잘 때에도 언제나 동시에 두 개 이상 눈을 감지 않았으므로
이오를 부단히 감시할 수 있었다.
아르고스는 이오를 낮에는 마음대로 먹도록 내버려 두고
밤이 되면 목덜미를 보기 흉한 끈으로 결박하였다.
이오는 팔을 내밀고 아르고스에게 결박을 풀어 달라고 애원하려고 했으나,
이미 소의 형태로 변하였기 때문에 내밀 팔이 없었고,
목소리도 자기 자신도 놀랄 만큼 소의 울음소리를 닮아 있었다.
아버지와 자매들을 보고 그 곁으로 가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등을 쓰다듬으며 아름다운 소라고 감탄할 뿐이었다.
아버지가 손을 내밀고 한 다발의 풀을 주자, 이오는 그의 손을 핥았다.
이오는 자기가 누구인가를 아버지에게 알리고 소원을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오는 글씨를 쓸 생각을 하고,
제 이름을-그것은 짧은 이름이었으므로-발굽으로 모래 위에 썼다.
아버지 이나코스는 그것을 알아보았다.
오랫동안 그 행방을 수색하였으나 찾지 못하던 딸이
이 같이 변신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어
딸의 목을 끌어안으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오, 내 딸아, 오히려 너를 아주 잃은 편이 덜 애통스러웠을 것 같구나."
이나코스가 이같이 탄식하고 있는 것을 보고,
아르고스는 가까이 와서 이나코스를 쫓아버리고 이오를 끌고
모든 곳을 다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헤르메스에게 이오의 구출을 명하는 제우스- Francois Verdier
해르메스의 구원
제우스는 자기의 애인의 이러한 고통을 보고 괴로워 하였다.
그리고 헤르메스를 불러 아르고스를 퇴치하도록 명령하였다.
헤르메스는 서둘러 채비하고 날개 달린 신을 신고,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잠이 오게 하는 지팡이를 짚고, 천상의 탑으로부터 지상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지상에 내리자, 날개를 떼어내고 지팡이만을 손에 든 채
양떼를 몰고 있는 양치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장했다.
그리고 이리저리 양을 몰면서 피리를 불었다.
그것은 쉬링크스, 또는 판이라고 하는 피리였다.
아르고스는 이제까지 그와 같은 악기를 본 적이 없었으므로
신기한 음악에 취하여 헤르메스에게 말했다.
"젊은이, 이리 와서 내 곁에 있는 이 바위 위에 앉게.
이 부근이 양이 풀을 뜯기에는 제일 좋은 곳일세.
게다가 이곳엔 자네 같은 양치는 사람들이 즐기는 좋은 그늘도 있네."
헤르메스는 아르고스의 곁에 앉아서 이 예기 저 얘기를 하면서
날이 어둡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날이 어두워지자,
그 피리로 은은한 곡을 불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아르고스의 감시하는 눈을 잠들게 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허사였다. 아르고스는 그 대부분의 눈을 감았으나,
그 중 몇 개는 여전히 크게 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각다 못한 헤르메스는 작전을 바꾸기로 하고
자기가 불고 있는 악기와 관련된 긴 이야기를 아르고스에게 들려주었다.
"옛날 쉬링크스라는 이름의 님페[님프]가 있었는데,
숲속에 사는 사튀로스와 요정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었습니다.
그러나 쉬링크스는 누구의 사랑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아르테미스 여신만을 마음속으로 숭배하면서 사냥만 하고 있었습니다.
사냥옷을 몸에 걸친 쉬링크스의 모습은
아르테미스 자신과 맞먹을 정도로 아름다웠지요.
다만 다른 점은 쉬링크스의 활은 뿔로 되어 있었으나,
아르테미스의 활은 은으로 되어 있었다는 점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쉬링크스가 사냥에서 돌아오다가 판을 만났는데,
판은 그녀를 온갖 말로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쉬링크스는 그의 찬사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고 달아났습니다.
그는 시냇가에서 제방까지 쉬링크스를 쫓아와 그녀를 붙잡았습니다.
쉬링크스는 다급하여 친구인 물의 님페들에게
구원을 청할 도리밖에 없었습니다.
판의 팔이 쉬링크스의 목을 끌어안고, 그녀의 비명이 들리자
님페들은 그녀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그녀를 한 묶음의 갈대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목축의 신 판이 허무함과 아쉬움에 젖어 탄식을 하자,
그의 탄식은 갈대 속에서 공명하여 구슬픈 멜로디를 발했습니다.
판은 그 음악의 신기함과 감미로움에 취해서 말했습니다.
"이렇게 된 바에야 어떻게든 너를 내것으로 만들겠다."
그리고 판은 몇 개의 갈대를 쥐고,
길이가 서로 다른 것을 나란히 합쳐 피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님페의 이름을 따서 쉬링프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헤르메스는 자기 이야기가 다 끝나기도 전에
아르고스의 눈이 전부 감긴 것을 보았다.
그의 머리가 가슴 위에서 끄덕이고 있을 때,
헤르메스가 잽싸게 그의 목을 베자 머리가 바위 위에 굴러 떨어졌다.
불운한 아르고스의 백 개의 눈은 일시에 빛을 잃고 꺼져 버렸다.
헤라는 이 눈들을 빼어 자기의 공작의 꼬리에 장식으로 달았다.
그래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눈들은 공작의 꼬리에 달려 있다.
쉬링프스와 판- Peter Paul Rubens
이오의 고통
그러나 헤라의 복수심은 더욱더 불타 올랐다.
그녀는 이오를 괴롭히기 위하여 한 마리의 등에[맹]를 보냈다.
등에는 이오를 추격하며 온 세계를 날아다녔다.
이오는 이오니아해(해)를 헤엄쳐 도망쳤다.
-이 바다의 이름은 이오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그리고 일뤼리아의 들을 방황하고, 하이모스의 산에 오르고
트라기아 해협을 횡단하고 다시 스퀴티아를 지나
킴메리아인이 사는 나라를 배회하다가, 마침내 네일로스강에 다다랐다.
이때 제우스가 앞으로는 이오와 관계를 끊겠다고 약속하였으므로
헤라도 이오의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시키는 데 동의하였다.
이오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참으로 기묘했다.
거친 털이 몸에서 점점 빠지고, 뿔이 사라지고,
눈이 점점 가늘어 지고, 입도 점점 작아졌다.
손과 손가락이 발굽 대신에 앞발로 나타났다.
마침내 아름다움 이외에 암송아지의 모든 모양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소의 소리가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말하기를 꺼렸으나,
점점 자신을 갖고 아버지와 자매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오가 건너간 트리기아 해협은 보스포로스 해협이라 불리게 되었는데
보스(bos)가 그리스어로 암소, 포로스(phorus)가 여울이라서
'암소가 지나간 여울'이라는 뜻이다
이집트의 여신 이시스
후담으로,
이오는 이집트에서 제우스를 만나 인간의 모습을 되찾은 뒤
그와 동침하여 아들 에파포스를 낳았다. 이에 분개한 헤라는
쿠레테스를 보내 감시하게 했는데, 헤라의 사주를 받은 쿠레테스가
에파포스를 납치하여 시리아로 데려가자
제우스가 벼락을 내려 죽였다.
그 뒤 이오는 이집트의 왕 텔레고노스와 결혼하였으며,
죽은 뒤에는 여신으로 숭배받았다.
그녀는 이집트 최고의 여신 이시스와 동일시되었으며,
아들 에파포스는 이집트에서 숭배하는 황소
아피스와 동일시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천문학에서 태양계의 가장 큰 행성인 목성
즉 주피터(제우스의 라틴 이름인
유피테르의 영어식 이름)의
제1위성 이름이 바로 이오인데,
이로써 이오는 제우스의 공식애인1 호로서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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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의 이름을 딴 목성의 위성(衛星)들 중 일부는
이오, 에우로페, 가니메데, 칼리스토라고 명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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