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이욱 (李煜)
411. 이욱 (李煜)
남당(南唐)의 왕으로서 정치적 역량이 부족해 나라를 망하게 했으나, 사(詞)에 뛰어나 ‘사(詞)의 제왕’으로 일컬어진다. 문집은 모두 산실되고, 사 44수와 시 18수, 문장 7편이 남아 있다. 사는 남당(南唐) 왕조의 멸망을 경계로 하여 전후 2기로 나뉜다. 전기에는 궁정 생활에 관한 내용이 많고, 후기에는 대체로 망국의 비애를 노래했다
이욱(937~978)의 자는 중광(重光)이다. 5대10국1) 시대에 남당의 마지막 왕이었기에 이후주(李後主) 또는 남당후주(南唐後主)라고도 불린다. 서화와 음악을 비롯한 다방면에 재능이 있었고, 특히 사의 영역에서는 당나라 말기와 5대10국 시대를 통틀어 제1인자로 평가받는다.
남당은 양자강 하류의 곡창 지대를 영유한 그 무렵의 문화 중심지였지만, 북방에서 일어난 송나라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975년에 항복해 멸망하고, 이욱 또한 체포되어 3년 뒤에 세상을 떠났다. 사로잡힌 포로의 몸으로 사를 짓고 음악을 즐겨 송나라의 태종에게 미움을 받아 독살당했다고 한다. 그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가 「우미인(虞美人)」이라고 한다.
그의 사는 크게 전후 2기로 나누어진다. 전기의 작품은 우아하고, 당나라 말기 이후 ‘화간파(花間派)’2) 의 사가 정감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허구성이 짙은 느낌을 주는 데 비해 그의 작품은 진실성이 풍부하다. 후기의 억류 시대에 들어서는 침울하고 비장한 취향을 곁들여, 예인(藝人)의 노래에 지나지 않았던 사를 지식인의 문학으로 고양시켰다. 이욱은 예술성이 풍부하고 진실한 감정 표현으로 ‘사(詞)의 제왕’이라 불린다.
1) 5대10국(五代十國): 당나라가 멸망한 907년부터, 960년에 나라를 세운 송나라가 중국을 통일한 979년까지 약 70년에 걸쳐 흥망한 여러 나라와 그 시대를 가리킨다. 5대는 화북의 중심 지대를 지배하고 정통 왕조의 계열로 볼 수 있는 후량(後梁)·후당(後唐)·후진(後晉)·후한(後漢)·후주(後周)의 5왕조를 말한다. 10국은 화남과 그 밖의 주변 각 지방에서 흥망한 지방 정권으로 오(吳)·남당(南唐)·오월(吳越)·민·형남(荊南)·초(楚)·남한(南漢)·전촉(前蜀)·후촉(後蜀)·북한(北漢)을 말한다.
2) 당나라 말기의 시인 온정균(溫庭筠, 812?~870)이 만든 사풍(詞風)으로, 온정균의 부드럽고 화려하며 달콤한 사풍을 그대로 답습했다. 주로 규방(閨房)에서 일어나는 염정을 노래했다. ‘화간파’라는 이름은 후촉(後蜀)의 조승조(趙承祚)가 편찬한 『화간집(花間集)』에서 유래되었다.
1. 전기의 작품
「일곡주(一斛珠)」
晩粧初過 沈檀輕注些兒個
저녁 화장을 막 끝내고, 향료를 조금 입에 머금을 때
向人微露丁 香顆 一曲淸歌 暫引櫻桃破
정향(丁香) 꽃망울 같은 혀끝이 살짝 보인다.
이윽고 흘러나오는 맑은 노랫소리에 살짝 벌어지는 앵두 같은 입술.
羅袖裛殘殷色可 枕深旋被香醪涴
엷은 비단 옷자락에 빨간 물이 살짝 배어든다. 술잔에 묻은 입술연지를 닦은 흔적이다.
繡牀斜凭嬌無那 爛嚼紅絨 笑向檀郞唾
자수한 무릎 가리개를 슬쩍 흩트린 채 앉은 그 요염한 모습.
빨간 자수 실을 깨물다 웃으며 남자에게 뱉어 낸다.
「장상사(長相思)」
雲一緺 玉一梭 澹澹衫兒薄薄羅
살짝 흔들리는 허리띠, 옥비녀, 엷은 색 얇은 상의.
輕顰 雙黛螺
아름다운 눈썹에 맴도는 엷은 애수.
秋風多 雨相和 簾外芭蕉三兩窠
세찬 가을바람 빗소리 섞이는데, 창밖에 무성한 파초 두세 그루.
夜長人奈何
이 가을 긴 밤 어떻게 지새워야 하나.
2. 후기의 작품
「오야제(烏夜啼)」
無言獨上西樓 月如鉤
말없이 홀로 높은 누각에 오르니 열쇠같이 생긴 초승달
寂寞梧桐深院鎖淸秋
오동나무 무성하고 깊은 정원은 맑은 가을 머금어 적막함이 더해지네.
剪不斷 理還亂 是離愁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고 다잡을수록 혼란스러운 이것은 이별을 슬퍼하는 마음의 실.
別是一般滋味在心頭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의 맛에 가슴이 메어 오네.
「낭도사(浪淘沙)」
簾外雨潺潺 春意闌珊 羅衾不耐五更寒
창밖에는 비 내리고, 봄기운이 사라져 가네.
얇은 이불을 파고드는 새벽 추위
夢裏不知身是客 一餉貪歡
꿈속에서는 잡혀 있는 처지를 잊고, 한순간 기쁨에 젖었다네.
獨自莫憑欄 無限江山 別時容易見時難
홀로 난간에 기대서지 말자, 끝없는 저 강산, 이별은 쉽고 다시 만나기는 참으로 어려우니.
流水落花春去也 天上人間
물은 흐르고 꽃은 지고 봄은 돌아오지 않으리, 천상과 인간의 한없는 거리를 남겨두고.
「우미인」
春花秋月何時了 往事知多少
계절마다 풍경은 늘 바뀌고, 지난날 추억은 끝이 없다.
小樓昨夜又東風 故國不堪回首月明中
어젯밤 이 누각에는 봄바람이 불었지만, 달빛 아래 내 나라 어찌 바라볼 수 있으리.
雕闌玉砌應猶在 只是朱顔改
화려한 궁전은 옛날과 다르지 않겠지만, 내 청춘은 돌아오지 않으리니
問君能有幾多愁 恰似一江春水向東流
가슴에 무슨 슬픔 있느냐고 묻는다면, 동쪽으로 흘러가는 봄날의 장강 같다 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