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병도(兵道)
12. 병도(兵道) - 홀로 병권을 행사하라
무왕이 물었다.
“용병의 기본 원칙으로는 어떤 것이 있소?”
여상이 대답했다.
“무릇 용병의 원칙으로 장수의 지휘와 장병의 투지, 군사행동을 하나로 묶는 전일(專一)보다 더 나은 것이 없습니다. ‘전일’은 장수가 외부의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군사의 진퇴를 결정하는 독왕독래(獨往獨來)를 말합니다. 황제(黃帝)도 말하기를, ‘만물의 근원을 파악하는 것은 도로 나아가는 단계로 신명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운용의 요체는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인 전기(戰機)의 포착에 있습니다. 발휘하는 것은 기세를 올리는 데 있지만 성공을 거두는 것은 군주의 결단이 타당한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옛 성왕이 전쟁을 상서롭지 못한 것으로 여겨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전쟁을 벌였던 이유입니다. 지금 은나라 주왕은 사직이 아직 편안하다고 생각하며 패망할 날이 가까웠다는 것을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습니다. 오직 향락만 즐길 뿐 큰 화가 임박했다는 것을 모릅니다. 무릇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관건은 평안할 때도 위기를 생각하는 자세에 있습니다. 군주의 향락도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관건은 즐길 때도 우환을 생각하는 자세에 있습니다. 지금 군주는 이미 국가안위의 근본문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찌 지엽적인 문제로 근심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무왕이 물었다.
“양측이 서로 조우했을 때 적도 오지 못하며 아군도 가지 못하고, 서로 굳게 방비하고, 감히 먼저 공격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소. 아군이 습격을 감행하고자 해 별다른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경우 어찌 대처하는 것이 좋소?”
여상이 대답했다.
“겉으로만 어지러울 뿐 실은 내부적으로 잘 정돈되어 있고, 겉으로만 굶주려 있을 뿐 실은 배부르고, 실은 정예군인데도 겉으로는 둔병(鈍兵)인 체하고, 때론 합하며 때론 떨어지고, 때론 집결했다가 분산하고, 계책을 숨기면서 기밀을 더욱 강화하고, 보루를 높이면서 정예병을 매복시킵니다. 고요한 모습이 마치 숨소리조차 없는 것처럼 하면 적은 아군이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 적의 서쪽을 치고 싶으면 먼저 소규모 별동대를 보내 마치 동쪽을 치는 것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십시오.”
무왕이 물었다.
“적이 아군의 내부사정을 알고, 아군의 계책 의도를 알 때는 어찌 대처하는 것이 좋소?”
여상이 대답했다.
“그 경우 승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적정을 은밀히 살펴 취약점을 알아낸 뒤 신속히 유리한 형세에 올라타 출기불의(出其不意)로 적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을 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