寓話와 神話/장자의 智慧

보검을 꺼내 쓰지 말라.

늘푸른 봄날처럼 2019. 1. 21. 10:50




    지혜와 재능이 있어도 쓰지 말고
    자연의 이치와 순리에 따르라
    
    자신의 결백을 남에게 알리기 위해 강물에 투신자살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몸이 대체로 마른 편이고 신경이 예민하고 늘 고상한 생각만 해서 
    뭇 사람들과는 달리 행동하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또한 남을 탓하는 일이 많고, 대체로 본인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사람은 혼자 산 속에서 외롭게 살아야지 군중의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주위에는 늘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둥 
    거대한 대의명분을 입버릇처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학자가 많고 인자하고 의롭고 충직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자기 자신도 검소하고 겸손하게 살기 위해 자기 수양을 많이 쌓는 사람들이다.
    정치가들은 대체로 위대한 사람의 이름을 입에 올리고 공적은 내세운다. 
    그들은 인간의 상하관계를 따지고 예의를 따지며 명분을 중요시한다. 
    그런 사람들은 정계에서 일하면 적성에 맞는다. 
    그들은 항상 자기 윗사람을 잘 따르고 존경하며 늘 국가의 부국강병을 주장하며 
    이웃 적국을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의지가 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강하다.
    하지만 그런 역동적인 사람들과는 달리 인적이 드문 숲이나 들판에서 
    한가하게 낚시나 즐기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번잡한 도시 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게 때문에 
    속세를 피해서 살아야 한다.
    그들은 대체로 찬 바람을 들이마시고 따뜻한 바람을 내쉬는 등, 
    신선한 호흡을 즐기며 자기 건강을 위해서 수행자들처럼 
    영적 기운을 끌어들이는 도술을 행하는 일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오래 사는 것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긴다.
    이렇게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산다.
    따라서 만일 신경이 좀 무디고, 유별나게 고상하게 굴지 않으며, 
    인자하거나 의롭지도 않고, 또 자기 공적이나 이름도 
    내세우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퍽 잘 사는 사람 축에 든다.
    만일 멀리 한적한 곳을 찾지 않고, 번잡한 도심에서 살면서도 
    외롭고 한가하게 살 수 있거나, 영적 기운을 받으려고 도술을 하지 않으면서도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사람답게 사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럼 어떤 사람을 성인군자라고 부를 수 있는가?
    마음이 늘 담담해서 극단적인 슬픔이나 기쁨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신의 미덕과 장점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 
    그리고 한가롭고 적막하게 자연과 벗하며 사는 경지에 있는 
    사람이야말로 성인군자라고 할 수가 있다.
    성인군자는 어떤 일에도 마음을 쓰지 않는다. 
    마음을 쓰지 않으면 평정을 얻고, 평정을 얻어 담담해지면 
    걱정 근심이 없어지고 나쁜 기운이 그 마음속에 스며들 수가 없다. 
    그는 복을 불러오는 선행을 하지 않고 화를 자초하는 악도 행하지 않는다.
    그저 어떤 일이나 저절로 감동이 오면 감동을 받되, 
    사물이 몸에 부딪쳐 와야 움직일 뿐이며,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나서지 않으며, 
    지혜와 재능이 있어도 쓰지 않고 하늘과 자연의 이치에 따를 뿐이다.
    성인은 미리 계획하지도 않고, 미리 생각하지도 않으며, 
    수확을 예측하면서도 기대하지 않으며, 잠잘 때는 꿈도 꾸지 않고 근심도 없다. 
    오직 순수한 정신과 건강한 영혼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오 나라나 월 나라에서 만든 지극히 좋은 칼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칼을 칼집 속에 넣어 잘 간직해 둔 채 감히 사용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것은 칼이 너무 보배롭기 때문이다.
    
    보검을 꺼내 쓰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