寓話와 神話/그리스神話 Vertimnus and Pomona / 베르툼누스와 포모나 늘푸른 봄날처럼 2019. 1. 10. 14:30 Vertimnus and Pomona 베르툼누스와 포모나 하마드뤼아데스는 숲의 님페들이다. 포모나는 이 님페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정원을 사랑하고 과실을 가꾸는 데 있어서 그녀를 따를 자가 없었다. 그녀는 숲이나 내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오로지 토지와 감미로운 과일이 열리는 과수만을 좋아했다. 그녀의 오른손에는 투창 대신에 전지(剪枝)하는 칼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이 칼로 어느 때는 지나치게 자란 나무를 자르거나 보기 싫게 뻗은 가지를 잘랐으며 가지를 쪼개고 그 사이에 접붙일 가지를 삽입하면서 분주하게 지냈다. 애지중지하는 나무들이 혹시 가뭄을 타지는 않을까 걱정하여 부지런히 나무에 물을 주고 목마른 뿌리가 그것을 마실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러한 일들은 그녀가 너무 좋아하는 일이어서 나무를 가꾸는 일에 온 정열을 쏟느라 아프로디테가 고취하는 연애 따위는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그녀는 사람들이 드나들며 자기의 과수원을 해치는 것을 경계하여 과수원에는 언제나 자물쇠를 채우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많은 판(목축위 신)이나 사튀로스(반인 반수의 자연의 정령)들은 포모나를 수중에 넣기 위해 온 정성을 다 쏟았다. 그중에서도 베르툼누스[계절의 신]는 누구보다도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도 다른 신과 마찬가지로 포모나의 사랑을 얻지 못하였다. 그는 추수하는 농부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포모나에게 곡식이 든 바구니를 갖다 준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 그의 모습은 농부와 다름없었다. 건초 띠를 띤 모습은 방금전까지 풀을 뒤적이다 온 사람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때로는 소를 모는 막대기를 손에 쥐고 마치 피곤한 소의 멍에를 방금 벗기고 온 사람같이 보이기도했고, 때로는 전지 가위를 가지고 다니며 정원사의 흉내를 내기도 했다. 또 때로 사닥다리를 어깨에 메고 마치 사과 따러 가는 사람 행세를 하기도 했다. 제대병처럼 걸어가는가 하면 고기를 잡으러 가는 것처럼 낚싯대를 손에 들고 여러 번 포모나에게 접근했으며, 그녀를 보고 정열을 불태웠다. 노파로 변장한 베르툼누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 노파로 변장하여 포모나 앞에 나타났는데, 회색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노파는 과수원에 들어가서, <참, 훌륭한 과일이로군, 아가씨.> 하며 포모나에게 키스를 하였다. 그 키스는 늙은이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노파는 둑 위에 앉아 머리l 위에 과실이 주렁주렁 달린 가지를 쳐다보았다. 맞은편에는 느릅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터질 듯한 포도송이가 달린 포도덩굴이 엉켜 있었다. 노파는 느릅나무와 포도나무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 느릅나무와 포도덩굴운 너무도 잘 어울리는 군요 그러나 느릅나무 혼자 서 있고, 그 위에 저같이 포도나무가 엉켜 있지 않다면 느릅나무는 아무런 매력도 없으며 쓸데없는 잎밖에는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포도덩굴도 느릅나무가 없다면 땅위에 혼자 엎드려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당신은 이 느릅나무와 포도나무로부터 느끼시는 게 없나요? 저렇게 어울리는 배필을 얻으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그렇게 하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인세에 태어난 여인 중에 가장 아름답다는 헬레네에게도, 영리한 오딧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에게도, 당신과 같이 많은 구혼자는 없었습니다. 당신이 그들을 모른 척 한다거나 차버린다고 해도 그들은 당신을 사모한답니다. 전원의 신들도 그렇고, 저 산에 자주 나타나는 여러 신들이 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신중에 신중을 기하시고 정말로 좋은 배필을 구하시려거든, 저와 같은 노파의 말을 맏고, 다른 자들은 다 물리치더라도 베르툼누스만은 반드시 받아들이십시오. 나도 그 사람을 잘 알고 그 사람도 나를 잘 압니다. 그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신이 아니고, 저 산에 살고 있습니다. 또 그는 요새 사람들같이 아무나 닥치는 대로 사랑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오직 당신만을 사랑한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젊고 미남인데다 어떤 상태든 원하는 대로 취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으므로, 당신이 명령하는 대로 자신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또 그는 당신의 사과나무를 놀랄 정도로 손질할 줄 안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과실이나 꽃 등 아무런 것에도 관심이 없고, 오직 당신만을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를 불쌍히 여기십시오. 그리고 그가 지금 나의 입을 빌어 말하고 있다고 상상하십시오. 신들은 잔인함을 벌하고 아프로디테는 무정을 미워하므로 조만간에 그런 자들에게는 벌이 내릴 겁니다. 그 증거로 키프로스 섬에서 일어난 유명한 이야기를 할 테니 들어 보십시오. 원컨대 그 이야기를 듣고 좀더 인정을 베푸시기 바랍니다." 이피스와 아낙사레테 이피스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젊은이였는데, 테우크로스라는 유서 깊은 집안의 아낙사레테라는 귀부인을 보고 반해버렸습니다. 젊은이는 자기의 열정과 오랫동안 고투하였으나, 도저히 체념할 수 없는 자신을 깨닫고 부인의 저택에 나타나 밤낮으로 사랑을 애원하고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조롱하고 비웃었으며,무정한 대우에 무정한 말까지 덧붙이며, 일말의 희망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이피스는 희망 없는 사랑의 괴로움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어서 그녀의 방문 앞에 서서 최후의 말을 했습니다. 아낙사레테여, 당신이 이겼습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당신을 귀찮게 구는 일도 없을 겁니다. 당신의 승리를 기뻐하십시오! 기쁨의 노래를 부르십시오. 그리고 이마에 월계수를 감으십시오. 당신이 이겼으니까요. 나는 죽습니다. 돌과 같이 무정한 마음이여. 기뻐하십시오. 당신을 기쁘게 하기 위하여 적어도 그것만을 할 수 있습니다. 죽기라도 하면 나를 칭찬하시지 않을 수 없겠지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당신을 사랑하였다는 것을 풍문으로 들으시게 하지는 않으렵니다. 제가 직접 와서 당신의 눈앞에서 죽으렵니다. 그리하여 그 광경을 보시는 당신의 눈을 즐겁게 하렵니다. 그러나 인간의 비애를 내려다보시는 신들이여, 저의 운명을 관찰하십시오. 저의 유일한 소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후세에라도 저에 대한 기억이 남게 하여 주십시오. 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는 몸이오니, 죽은 후에 이름이라도 길이 남도록 하여 주십시오. 이같이 말한 이피스는 창백한 얼굴과 눈물어린 눈으로 부인의 저택을 바라보며 종종 화환을 걸었던 문 기둥에다 끈을 매고 그 끈에다 자신의 목을 매고 중얼거렸습니다. '적어도 이 화환만은 당신의 마음에 들 것이오. 무정한 여인이여!' 그리고 발판에서 발을 떼자, 목뼈가 부러지면서 젊은이는 죽었습니다. 그가 쓰러질 때 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는데, 그것은 마치 신음소리와 같았습니다. 하인들은 그가 죽은 것을 발견하고는 그를 불쌍히여겨 그의 몸을 모친이 있는 집으로 운반하였습니다. 그의 부친은 죽고 없었습니다. 모친은 아들의 차디찬 시체를 가슴에 꼭 껴안고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비통한 말을 토해 냈습니다. 슬픈 장례식의 행렬은 거리를 지나 화장터로 이어졌습니자. 아낙사레테의 집은 장례 행렬이 지나가는 거리에 있었는데. 집앞을 지나는 문상객들의 탄성이 그녀의 귀에도 들려왔습니다. '우리도 장례행렬을 구경하자.' 하고 그녀는 시녀들과 함께 탑 위에 올라가 열린 창을 통해 장례행렬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녀의 시선이 상여 위에 가로놓인 이피스의 유체에 멈춘 순간, 그녀의 눈은 굳어졌고, 체내에 흐르는 따뜻한 피가 식기 시작했습니다. 뒤로 물러서려 하자, 발을 움직일 수 없었으며 얼굴을 돌리려고 했지만 그것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점점 그녀의 온몸은 그녀의 마음과 다름없이 돌과 같이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믿어지지 않거든 아직도 그 석상이 부인의 생전의 모습대로 살라미스에 있는 아프로디테의 신전에서 있으니 가보십시오. 포모나의 사랑 이런 옛일을 생각하여 당신을 향한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십시오. 그렇게 하시면 봄서리가 당신의 어린 열매를 시들게 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베르툼누스는 이렇게 말하며 노파의 변장을 벗고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으로 포모나 앞에 섰다. 그 자태는 구름을 뚫고 나오는 빛나는 태양처럼 보였다. 그는 다시 한 번 애원하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의 이야기와 그의 아름다운 본래 모습이 그녀를 압도하여 그녀의 가슴에도 사랑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포모나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베르툼누스라는 이름은 '변화한다'는 뜻인 '베르테레(Vertere)에서 파생된 것으로, 베르툼누스는 꽃이 피면 과일을 열리게 하고, 계절의 변화를 관장하는 신이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 따르면 베르툼누스는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한다 '하마드뤼아스'는 나무의 요정들을 말한다. '하마(hama)'는 '함께한다'는 뜻, '드뤼아스(dryas)'는 '나무'를 뜻하는 그리스 말인데 그들 중 '과일'을 뜻하는 라틴어 '포뭄(Pomum)'에서 그 이름이 유래된 포모나는 과일과 정원의 님프이다 ---------------------------------------------------- 과일의 요정이야기... 과일의 향기처럼 달콤한 사랑이야기이다 그리스 신화의 사랑이야기는 이 이야기처럼 달콤한 해피앤딩이 별로 없다 비극이 더욱 극적인 효과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시대적으로 비극이 더 인기가 있어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달콤한 사랑이야기가 거의 없다